2014 서울대 입시는 83%로 확대되는 수시체제 강화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013학년 입시 결과 강남 서초 양천 등 교육특구를 기반으로 한 일반고의 기세는 지난해에 비해 한 풀 꺾인 반면, 과감한 수시 맞춤형 전략으로 유명한 하나고는 46명의 합격자를 내며 일거에 전국 톱6에 날아들었다. 외고 가운데엔 대일외고(수시31, 정시9)가 강력한 수시 실적에 힘입어 대원외고에 이은 2인자로 불려온 명덕외고(수시17, 정시18)를 제치면서 수시전략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전반적으로 톱100 안에 자리한 학교는 대부분 수시합격자 수가 정시합격자 수를 압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서울대가 정원의 약 80%를 수시로 선발하는 수시중심체제에선 당연한 결과. 다만, 교육특구를 끼고 있는 일반고와 광역단위 자사고는 수시에서 두 자릿수를 넘긴 곳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정원의 약 20%만 선발하는 정시에서 막판 뒷심을 발휘했지만 재앙에 가까운 수시 실적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올해 서울대 실적을 기반으로 2014학년 입시 판도와 숙제를 따져봤다.
과고 영재학교 여전한 강세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의 서울대 합격자수 증가는 예견된 상황. 서울대가 수시 선발인원을 올해보다 기존 80%에서 83%로 약 3%p 확장한 것과는 별도로 수능을 치르기 힘든 과고 영재학교 출신을 배려하기 위해 최저학력기준을 없앴기 때문이다. 과고 영재학교 출신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셈이다.
서울대는 국내최고 대학이지만 과학영재들에게 있어선 얘기가 좀 다르다. 자연계열 최고 인재로 대학수준에 필적하는 심화수업을 이수한 과고 영재학교 상위권 학생들에겐 서울대가 ‘갑’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과학영재학교 상위권 학생들은 서울대와 KAIST 포스텍 등 이공계 특성화대학에 중복 합격하며 대학을 선택해 진학한다. 의대 선호도 여전해 서울과고 학생들의 경우 한해 20명 내외가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의대로 진학한다. 서울대가 과학영재들에게 문호를 넓히고 있는 배경이다.
과학영재들이 갈수록 서울대를 선호하는 현상도 과고 영재학교의 서울대 실적 향상 가능성을 높인다. 최근 학생들의 선호 학교는 서울대-KAIST-포스텍 순이라고 영재학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이 한국사회에서 여전한 서울대의 위상을 들어 후배들에게 서울대를 적극 권장하기 때문이다.
과고 영재학교의 수 증가도 힘을 보탤 전망이다. 2014학년 졸업생을 배출하는 영재학교는 올해 3개교에서 한 곳 늘어난 4개교가 된다. 2011학년 영재학교로 전환한 대구과고가 2014학년 영재학교 전환 완성학년을 맞이하기 때문. 따라서 내년도 영재학교 졸업생은 경기과고(130명) 대구과고(90) 서울과고(120) 한국영재(150)를 합해 정원외 인원 포함 약 500명선이 될 전망이다. 올해보다 약 100명이 늘어나는 셈이다. 대구과고는 올해 과고 3학년의 경우 조기졸업 해버려 거의 남아있지 않고, 영재학교 신입생은 고2에 머물러 있어 대입 실적이 미미했다.
졸업생을 배출하는 과학고도 올해보다 2개교 늘어난다. 대구일과고(70명) 창원과고(90)가 첫 완성학년을 맞는다. 과학고 졸업생 배출 인원은 기존보다 160명 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다만, 교과부가 80%에 달하는 과학고의 조기졸업 비율을 문제 삼은 상태에서 조기졸업 비율의 제한 여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조기졸업은 과고 2학년생들의 서울대 수시진학을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이공계 특성화대학과 영재학교 간 연계강화도 서울대 실적의 변수다. 최근 5개 이공계 특성화대학은 4개 과학영재학교와 AP학점인정 MOU를 체결해, 영재학교 학생들의 3년 조기졸업 트랙을 개발하는 등 연계강화를 통한 과학영재 끌어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지개 켜는 자사고
올해 서울대 합격자수 톱100에 11개교나 이름을 올린 자사고는 2014학년에는 더욱 강한 면모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0개의 전국단위 자사고는 기본적으로 전원기숙사 원칙, AP(대학과목선이수제)과목 운영, 비교과활동 활성화, R&E심화 연구 등으로 무장해 수시중심체제에 가장 적합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광역단위 자사고는 이미 양극화가 경쟁률에서부터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비평준화시절의 실적과 그 동안의 인기를 토대로 강세를 이어나가는 학교와 미달로 일반고 전환의 운명을 맞은 학교로 나뉘었다. 결국 전국단위 자사고와 인기있는 광역 자사고를 중심으로 자사고의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완성학년을 맞는 자사고 수 증가도 자사고 실적 향상을 견인할 요소로 거론된다. 이명박정부가 지정한 50개 자사고 가운데 절반은 올해, 나머지 절반은 2014학년 완성학년을 맞는다. 동양고와 용문고 보문고 등이 정원미달을 견디지 못해 일반고로 전환했지만 인기있는 자사고의 경쟁력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당장 올해 톱100에 이름을 올린 학교 가운데 용인외고(46명) 휘문고(31) 대구경신고(13) 현대고(12) 보인고 숭덕고 양정고(이상 11) 경일여고(7) 대구대건고 세화여고(이상 6)가 내년 자사고 완성학년을 맞는다. 내년도에 전환 후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자사고는 경문고 경일여고 군산중앙고 남성고 대광고 대구경신고 대구대건고 대성고 대성고 미림여고 보인고 서대전여고 선덕고 성신고 세화여고 숭덕고 양정고 장훈고 현대고 휘문고 등 20개교다.
전국단위 자사고들은 수시확대를 맞아 경쟁력이 더욱 강해질 전망. 하나고는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수시에서만 졸업생 2명 중 1명 꼴로 SKY에 합격시켜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나고의 2013 SKY 수시 실적(일부 추가합격자 미반영)은 서울대에 44명, 고려대에 33명, 연세대에 13명이다. 이는 고3 재학생 약 200명 중 45%(90명)에 이른다. 하나고 관계자는 “전원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 서울대 수시모집 방식과 하나고의 교육방식이 잘 들어맞아 좋은 결과를 낸 듯하다”고 말했다. 하나고는 전원 기숙사 체제로 사교육과 문·이과 계열 구분이 없다. 정규교과 과정에 AP과정까지 개설했고 방과후학교에도 논구술 수업을 개설해 수시 적응력을 높였다. 체육과 예술 각 1개 두 가지 특기를 가르치는 ‘1인 2기’도 대표 프로그램이다.
용인외고는 올해 실적 약화를 배경으로 강력한 수시 체제 구축에 나서면서 자존심 회복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고 원년인 만큼 주변의 기대가 크지만 관건은 자연계열 중심의 수시체제 구축인 것으로 보인다. 신입생부터 최상위권 자연계열을 선발했지만 내부적으로 아직 방향성이 덜 확립된 느낌이다. 대외적으로 정보공개를 차단하고 있는 민사고는 해외대학 입시체제를 국내로 돌렸지만 여전히 강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 졸업생의 입학당시 경쟁률면에서 하나고와 용인외고에 비해 불리했던 만큼 얼마나 수시체제를 잘 구축할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학의 정석’ 저자가 설립한 학교로 수학에 강한 면모를 보여온 상산고의 서울대 실적은 내년에도 강력할 전망이다. 상산고는 올해 수시 24명, 정시 23명을 서울대에 합격시켜 균형 잡힌 실적을 선보였다. 서울대 실적 뒤에 숨은 의치한 실적도 막강하다. 상산고는 해마다 의치한 진학률 전국 5위안에 드는 강자로 올해의 경우 서울대 의예과에만 3명을 합격시켰다. 특화된 수학교육 프로그램은 상산고의 대표적인 자랑거리. 특히 상산고의 수리과학논술 특강은 학교 인근의 논술학원들이 간판을 내렸을 정도로 뛰어나다. 상산고는 향후 수시중심 체제를 강화해 서울대 실적을 한 층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외고 실적 ‘빨간불’
외고는 서울대 실적 약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막강 재수생 효과의 소진과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인한 선발효과의 반감, 정원의 축소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3학년 입시를 치른 외고 졸업생들은 모집단위가 전국에서 광역으로 축소된 2010학년 고입 전형을 통해 선발된 학생들이다. 모집단위가 축소됐다지만 당시 외고의 인기는 여전해 신입생 성적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고는 볼 수 없었다. 반면 2011학년 고입부터는 영어내신 100%를 골자로 하는 자기주도학습전형 실시로 신입생 성적 하락은 현실화됐다. 전교 1~2등을 다투던 신입생들의 수준이 학급 1~2등 수준으로 급락했다는 평가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학력 저하는 한층 심각하다. 경기권 한 외고 교감에 따르면 자기주도학습전형 이후 외고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크게 3부류. 영어뿐 아니라 전 과목 성적이 우수학 학생, 영어가 특별히 우수하지만 나머지 과목에도 노력하는 학생, 영어만 잘하고 나머지 과목에는 관심조차 없는 학생 등이다. 문제는 세 번째 부류의 학생이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는 점이다.
올해 외고가 선방했던 원인은 전국단위 모집으로 선발한 이른바 ‘막강 외고’의 마지막 세대가 재수생으로 지원 사격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대원외고의 경우 정시합격생 39명 가운데 23명 정도가 재수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고 전환 전 마지막 외고 졸업생을 배출한 용인외고도 전체 합격자 46명 가운데 9명이 재수생이었다.
교육특구 일반고, 큰 코 다친다
과거의 명성에 안주해온 교육특구 일반고는 수시 전략을 대폭 강화하지 않으면 2014학년 입시에서 실적 급락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시에선 22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휘문고를 제외하고 서울지역 교육특구 일반고는 전반적으로 실적이 하락했다. 실적 하락은 수시전략 미비가 주요 원인이었지만 이른바 ‘강남8학군’ 학교들은 ‘정시에 강한 전통’을 내세우며 정원의 80%에 달하는 수시전형을 애써 외면하는 형국이었다. 당초 서울대 수시 합격자순위 발표 당시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8학군 일반고들은 정시에서의 만회를 들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교육특구 일반고는 정시에서 선전했음에도 수시 합격자 수가 너무 적어 최종적으로 예년 수준의 합격자를 내는 데 실패했다.
일각에선 서울대 수시중심체제는 일반고에 불리한 룰이라는 원성도 터져나온다. 한 서울권 일반고 교장은 “특목고나 자사고와 달리 정규 교육과정을 꿈쩍할 수 없는 일반고는 서울대가 요구하는 다양한 심화연구활동, 경시대회, 체험학습, 경시대회 등을 모두 방과후 시간만으로 해내야 한다”며 “수시중심 입시에서 일반고는 특목고에 비해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지역의 경우 일반고의 슬럼화도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실제 서울지역에 과도하게 많은 특목고와 자사고가 지정되면서 일반고에 유입되는 우수학생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주는 학교가 눈에 띈다. 서초구의 서울고, 양천구의 신목고가 대표적이다. 교육특구는 아니지만 강동구의 한영고 역시 일반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서울고는 과거 경기고와 쌍벽을 이루는 명문으로 동문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수시에서 두자릿수 합격자(10명)를 배출했다. 수학과학영재학급 운영과 R&E심화연구, 국제교류 등이 대표적이다. 신목고는 수학과학영재학급에 방과후학교 종합반, 주제학습연구를 바탕으로 서울대 수시에 9명의 합격자를 냈다. 한영고는 연간 강좌 수가 160여 개에 달할 정도로 방과후학교를 내실 있게 운영한다. 대학별고사반을 개설해 대학별 수시전형을 집중 분석하고 학생들에게 맞춤형 전략을 제공한다. 한영고는 수시 합격자 8명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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